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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추천] 헤어질 결심_ 소개, 줄거리, 총평

by 윤&조 2023.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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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회 청룡영화대상 감독상 수상,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아가씨, 박쥐, 친절한 금자씨 등을 연출해 각종 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최우수작품상 등을 거머쥔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공개한 신작 영화 '헤어질 결심'입니다. 누적 관객수는 188만 명을 기록했지만 마니아 관객들이 여러 번 감상했다는 점에서 사람을 끌어당기는 특별한 매력이 있는 영화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박찬욱 감독은 본인이 해외 생활을 하며 받았던 느낌을 반영해 정서경 작가와 말이 통하지 않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국말을 잘 구사하지 못하는 탕웨이 배우의 특징이 주인공 송서래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해서 적극적으로 캐스팅을 추진해 결국 성공합니다. 영화는 형사와 피의자로 절대 가까워질 수 없는 대립점을 가진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과정을 그려내며 사랑에 빠지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이고 통제할 수 없는지에 대해 얘기합니다. 줄거리 같이 보시죠.

안개처럼 다가와 모든 걸 붕괴한 그녀

형사 장해준(박해일)은 구소산 절벽에서 떨어져 사망한 기도수 사건을 담당하게 되고 기도수의 아내 송서래(탕웨이)가 용의자로 지목됩니다. 중국교포인 송서래는 불법 밀입국을 통해 대한민국에 들어왔고 공무원인 기도수와 결혼하지만, 그의 집착과 의심으로 잦은 폭행에 시달리며 불행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송서래가 돌보는 할머니를 통해 알리바이가 확인되자 사건은 일단락되었습니다.
 장해준은 아내 안정안(이정현)과 주말부부로 지내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두 사람의 사랑은 식고 형식적인 결혼생활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랑 없는 삶을 사는 해준은 미해결 사건들에 집착하면서 불면증에 시달립니다. 해준은 서래를 조사하면서 자신과 비슷한 점을 발견하면서 점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해준은 서래에게 식사를 직접 차려 식은 그녀의 마음에 따뜻함을 불어넣고 세심하게 신경 쓰며, 서래 또한 해준이 불면증을 앓고 있는 걸 알고 사건 관련 사진을 폐기하고 잠에 빠지게 도와줍니다. 기도수의 추락 사건은 자살로 결론 났지만 무언가 석연치 않은 해준은 사건을 계속 추적해 송서래가 꾸민 알리바이를 간파해내고 결정적 증거인 휴대폰을 확보합니다. 서래가 자신이 돌보고 있는 치매 할머니를 이용해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어 정해진 시간에 등산하는 남편을 절벽에 떨어뜨려 살해한 것이었죠. 하지만 해준은 차마 서래를 체포하지 못하고 증거인 휴대폰을 없애라고 합니다. 사랑 때문에 형사로서의 자부심이 붕괴된 해준은 서래와의 사랑을 더 이상 이어갈 수 없었지만, 서래는 해준의 이러한 행동과 희생으로 해준을 그리워하고 더 깊이 사랑하게 됩니다. 나중에 서래는 해준에게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났다고 했을 때 내 사랑이 시작되었다"고 얘기합니다.

 시간이 지난 후, 해준은 아내와 함께 안개가 짙은 도시 이포로 이사 오고 새로운 남편과 함께 이포로 이사 온 서래와 마주치게 됩니다. 다시 한번 서래의 남편 임호신이 시체로 발견되면서 해준은 서래를 조사하게 되고 두 사람의 인연이 다시 시작되지만, 이번엔 뭔가 다릅니다.

총평

평소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쉽지 않았던 저에게 이 영화가 처음에는 안개 같았습니다. 주인공들이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과 메시지가 표면에 떠 있지 않고 묵직하게 안개 아래로 가라앉아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박찬욱 감독이 영화에 남긴 미장센과 그 뜻을 찾아보고 나서야 비로소 안개가 조금씩 걷히고 영화를 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헤어질 결심의 대표적 미장센은 '138층과 138분, 인물의 신비감을 심어주기 위한 모나리자 같은 포스터, 영화의 전반에 깔린 안개, 산인지 바다인지 모를 벽지 무늬, 진실에 대한 열망을 나타내는 인공눈물, 원칙주의와 융통성이 공존하는 양복과 운동화, 속박의 다른 의미 반지와 수갑, 서래에 대한 마음의 변화를 나타내는 스시와 핫도그, 헤어짐을 결심한 바다, 바다에 묻힐 자신의 모습을 복선으로 보여주는 까마귀를 묻는 장면, 미결이어야 함께 할 수 있는 결말의 역설' 등이 있습니다. 미리 공부하고 봤다면 보는 내내 더 재밌었을 것 같습니다(그래서 N차 관람이 이어졌나 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리에게 그동안 익숙하게 길들여진 형태의 사랑을 다룬 영화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어찌 보면 가정이 있는 해준에게 이 사랑은 불륜에 가깝지만, 서래에 대한 의심이 사랑이 되고 결국 서로에게 미제로 남아 마침내 헤어질 결심에 서는 두 사람의 모습이 지독한 사랑으로 느껴졌습니다. 사랑으로 남기 위해 바다에 구덩이를 파는 서래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헤어질 결심, 보기 전에 공부 조금 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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