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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더 글로리, 우리 같이 천천히 말라 죽어보자

by 윤&조 2023.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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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나무 아래 앉아 있는 주인공 문동은(송혜교). 더 글로리 포스터

김은숙 작가와 배우 송혜교의 만남, 화제의 '더 글로리'

넷플릭스에서 22년 12월 30일에 공개한 시리즈 '더 글로리'입니다. 제 블로그 중 '미스터 션샤인'에서 소개했던 대한민국 최고의 드라마 작가인 김은숙 님이 또 한 번 걸작을 만들었습니다. 이번 드라마에서 김은숙 작가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비밀의 숲' 등을 연출한 안길호 감독과 호흡을 맞췄습니다. 대사 하나하나가 명대사로, 작가가 얼마나 고심해서 글을 썼는지 알 수 있습니다. 파트 1이 먼저 공개된 상태로, 파트 2는 3월 10일에 공개 예정입니다. 파트 1을 본 시청자들은 손꼽아 파트 2가 공개되는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더 글로리 내용을 잠깐 살펴보시겠습니다.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의 처절한 복수극

문동은(송혜교)은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가난하지만 평범하게 학교생활을 하던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박연진(임지연)이 부탁할 것이 있다면서 동은을 체육관으로 불러냅니다. 이날부터 동은에게 지옥보다 더 지옥 같은 날들이 시작됩니다. 박연진, 전재준(박성훈), 이사라(김히어라), 최혜정(차주영), 손명오(김건우)로 구성된 무리는 아무 죄책감이나 거리낌 없이 한 명을 목표로 삼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악질 무리였습니다. 박연진 일당은 고데기 온도를 확인해야 한다는 끔찍한 이유로 동은의 온몸을 고데기로 지집니다. 동은이 큰 소리를 내거나 항의하면 손명오가 다가와 강제로 입을 맞췄습니다. 동은은 경찰에 신고하지만, 오히려 담임선생은 친구들끼리 장난친 걸 가지고 신고를 하냐며 동은을 구박합니다. 가해자 일당은 학교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유한 집안의 자식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동은은 자퇴서를 제출하면서 자퇴 이유를 학교폭력이라고 적습니다. 담임은 동은에게 이유를 '부적응'이라고 바꾸라며 교무실에서 동은을 폭행합니다. 박연진 엄마에게 뇌물을 받는 담임에게 가난한 동은은 학생으로도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동은의 엄마는 동은을 단칸방에 넣어두고 방치하고 있었습니다. 박연진의 엄마와 담임은 동은 엄마를 만나 돈을 건넵니다. 동은의 엄마는 그 돈을 받고 학교폭력이 아닌 부적응으로 자퇴서에 사인한 후, 동은의 단칸방까지 빼버립니다. 갈 곳이 없어진 동은은 김밥집 알바부터 목욕탕 청소까지 온갖 일을 하며 버티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화상 입은 상처에서는 진물이 나고 계속 가렵습니다. 생리통에 배가 찢어질 듯 아프지만 일을 해야 하므로 쉴 수도 없습니다. 동은은 한강으로 가서 모든 고통을 마감하려고 하지만, 이내 생각을 바꿉니다. 그날부터 동은의 꿈은 박연진이 되었습니다.

총평

저는 더 글로리 1편을 재생한 이후로,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여태까지 배우 송혜교를 주로 예쁘고 우아한 역할을 맡아 아름다운 이미지를 지키는 배우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더 글로리를 보고 그 생각은 완전히 뒤집어졌습니다. 그 오랜 세월 복수를 꿈꾸고 계획한 후 가해자들을 대면하는 장면에서 배우 송혜교의 표정, 말투, 자세 등의 연기는 압도적이었습니다. 그녀가 얼마나 이 캐릭터를 철저하게 연구하고 몰입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녀는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피해자를 표현하기 위해 체중을 감량해 앙상한 체형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가해자 역할을 맡은 아역, 성인 배우들도 연기를 너무 잘해서, 실제로 너무 미워질 정도였습니다.

 김은숙 작가의 말이 생각납니다. 학교 폭력 피해자들이 가장 듣기 힘든 말이 '너는 아무 잘못 없어?'라는 말이랍니다. 그래서 작가는 '어. 나는 아무 잘못이 없어'를 사명처럼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어떤 이는 뜨끔하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이고, 어떤 이는 아픈 상처가 떠올라 괴로워할 것입니다. 동은은 매 순간순간을 복수하는 데 사용하면서 평생을 바쳤습니다. 얼마나 고통스럽고 증오스러우면 자신의 즐거움이나 사랑 따위는 뒤로한 채, 복수만 바라보며 살 수 있는지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가해자들은 피해자 따위는 까맣게 잊은 채, 아무런 어려움 없이 자신의 인생을 즐기며 살아갑니다. 사실, 가해자들이 이런 괴물이 된 이유는 9할이 부모의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가르치지 않은 채, 그저 돈으로 일을 무마합니다. 마치, 가난하고 힘이 없으면 당연히 그런 일을 당해도 된다는 듯이 말입니다. 저는 같은 부모로서, 제 자식은 절대로 그렇게 키우지 않겠다는 다짐과 제 자식은 제발 저런 일을 당하지 않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복합적으로 들었습니다. 실제로 2006년 동급생에게 20일간 고데기, 옷핀, 책 등으로 상해를 입힌 학교폭력이 벌어졌었으니 말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해를 가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더 글로리와 같은 콘텐츠가 더 많이 만들어져서 본인이 하는 일이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길이라는 것과 그 잘못은 고스란히 본인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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